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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 불경기에도 일 끊이지 않는 노하우

by #$!@))#( 2020. 10. 12.

회사 그만두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요즘같은 때는 회사에 무조건 붙어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미안한 얘기지만) 밖에 나오면 살아남을 수 없는 디자이너들이나 그렇게 해야한다. 회사에서 제대로 일했다면 웬만한 디자이너는 밖에 나오면 다 살아남을 수 있다. 

 

디자인-프리랜서-연봉

 

하지만 제대로 된 디자인을 보는 안목이 없는 상사가 있는 곳의 편안하고 안일한 컨펌 시스템에서 일한 디자이너들은 프리랜서로 밖에 나오면 1년도 안돼서 굶어죽는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전망



가끔 예전 동료 생각이 난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미국의 디자인 스쿨(도피로 간 거 다 아는데)을 나왔다고 거들먹 거리며 야근 안 하려고 잔머리 무지 굴리며 일도 대충해서 내가 뒷처리를 많이 하게 만들었던 내 동료 디자이너는 어디 이직했다고 들었는데 그의 삶이 뻔하게 그려진다. 그는 여전히 월급은 적고 일은 많다고 투덜거리면서 연차 하루내는 것도 눈치 보며 회사에 매여 살고 있겠지? 

 

 

요즘 나는 하루 이틀만에 건당 100만원대의 일을 끝내고(시간 분배 잘 하면 한달에 열흘 정도만 일하고 그래픽 디자이너도 월 300-400은 벌 수 있다) 남는 시간에 자유롭게 공모전 준비도 하고 툭하면 평일 여행도 다녀오는 내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여유가 있으니 쓸데 없는 그 동료 생각도 가끔 난다. 내 삶은 회사 다니던 그 때와 너무 달라서(훨씬 만족스러워서), 여전히 투덜이로 눈치 보며 회사다니고 있을 그를 마음으로 가끔 안타까워해주는게 소심한 나의 복수다. 역시 최고의 복수란 내가 더 잘사는 것이다. 

 

디자이너로서는 가장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현재 나의 상황에 정말 감사하며 살고있다. 회사 다닐때는 감사라는 건 눈꼽만큼도 모르고 살았다. 그저 모든게 불만이었다. 유일하게 좋아했던 게 '디자인 그 자체'였기 때문에 그 불만을 감수하고 살았었고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도 초반에는 못해먹을 일이라며 울고 불고 난리도 많이 쳤지만 회사를 계속 다녔다면 정말 불행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시행착오를 겪어 온 내가 정말 대견스럽다는 생각 뿐이다. 

 

회사를 그만둬야할 것 같거나,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은 디자이너들이 이 글을 읽고 프리랜서로서 살아갈 수 있을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미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디자인 일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만이 프리랜서로 전향하면 좋겠다. 회사에서 하는 업무량과 퀄리티에 그럭저럭 만족하고 월급만 나오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회사에 붙어있는게 최고다. 비꼬는게 아니라 회사에 만족한다면 정말 나올 필요가 없다. 나는 항상 불만이 많았고 내가 하는 정도면 나가서 프리랜서 하면 월급의 2배는 족히 벌 것 같아서 때려치고 나왔다. (맘 먹고 들어오는 일 다 받으면 월급 2배 훌쩍 넘기는 달도 꽤 된다)

 

아무튼 나와서 이런저런 눈물콧물 다 빼 볼 마음 없다면 무조건 회사에 붙어있어야 한다. 프리랜서가 장점도 많지만 시작은 그만큼 힘들다는 말이다. 

 

프리랜서로 사는 장점과 그 삶을 계속 이어가게 만드는 스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회사 그만두고 얻은 것

2) 디자이너로서 나를 계속 찾게 만드는 스킬 

 

자기 밥벌이는 하는 사람이어야 자기 생각에 대해 이야기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유명한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살아가며 월 최소 300, 최대 700만원이상의 수입을 찍는 삶을 살고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 해 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 회사 그만두고 얻은 것 

- 나에게 맞는 효율적 업무 방식 찾은 후 시간 대비 수익 극대화

-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 찾게 됨 (일, 휴식, 가족관계 등 모든 것에서) 

 

1) 시간 대비 수익 극대화

이게 얼마나 중요한건지 회사를 그만두고 알게 되었다. 프리랜서는 정말 회사원보다 심각하리만큼 시간이 돈이다. 끝내야하는 일의 양은 정해져있고 의뢰자는 내가 몇 시간 걸려서 했든 신경쓰지 않고 일의 양(때로는 퀄리티까지)을 책정해서 돈을 준다. 내가 어느 정도의 시간을 걸려서 하느냐에 따라 시급이 1만원이 될 수도 5~10만원이 될 수 있다. 

 

요즘은 내 시급을 시간당 최소 5만원, 최대 10만원을 만드려고 엄청나게 짱구를 굴리고 있다. 초반에 강박이 좀 생겨서 부작용도 있지만 일의 순서와 각 순서에 시간을 얼마나 할애할 것인지 초반에 계산하고 들어가는 습관을 들이니 집중력과 몰입도가 회사다닐때랑은 비교도 안될만큼 높아졌다. 오래 끈다고 일을 더 잘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2)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 찾게 됨 

일 하고는 싶은데 아무도 내게 의뢰하지 않고 시간이 흘러넘치며 수입은 불안정해서 내가 불안해 미칠 것 같을 때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들을 찾을 수 있다. 월급 꼬박꼬박 안정적으로 나올 때는 이런거 절대 안 돌아본다. 필요하지도 않은 것 쇼핑하고 돈 펑펑 쓰며 이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거라는 착각 속에 살 뿐이다.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는 생활비가 거의 1/3 수준으로 줄었다. 쓸데없는걸 안 사기 때문인 것 같다. (출근용 옷, 가방, 구두 등을 안 사는 것도 크지만)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내가 진짜 마음이 편해지는 활동과 휴식법 등은 내가 아주 불안정할 때 생각해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안정적일 때는 절대 이런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한다고 해도 다 착각이다.

 

회사다닐 때는 휴식의 의미를 몰랐고 맨날 번아웃 상태로 끌고가서 혼자 지쳐버리고 몇 년 안 돼 툭하면 회사를 그만뒀다. 이게 진짜 심각한 문제였다. 회사원일 때뿐만 아니라 나를 돌볼 줄 모르면 프리랜서로 살아도 똑같은 위기가 온다. 

 

프리랜서가 클라이언트와 사이가 안 좋아져 일감이 끊기면 대놓고말하면 굶어죽게되는거다.. 프리랜서 하다가 다시 회사 입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다시 그 틀에 박힌 생활로 돌아갈 엄두도 안 나고 더 적은 시간 일했는데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보면 다시 회사 돌아가기 쉽지 않다.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내 컨디션이 안 좋으면 모든 것을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이었는데 진정한 위기를 느끼고 난 뒤 요즘은 번아웃 상태까지 나를 끌고 가지 않게 강약조절 하는 법을 알게 되고 잘 실천하고 있어서 살맛이 난다.

 

요점은 나를 돌봐줘야한다는 것이다. 내게 잘 맞는 방식은 여행, 왓챠 평점 3.5이상 영화 보기, 새벽시간 고요함 즐기기이다. 해보니 이게 마음이 편하고 충전도 잘 된다. 나의 이런 시간 많이 드는 취미들을 하려면 일을 집약적으로 잘해야한다.일하는 시간을 최소로 압축하고 내가 일을 가장 빨리 효율적으로 잘 끝낼 수 있는 나만의 프로세스를 계속 메모하고 연구하고 계획하고 실천해야한다. 

 

 

 

한 번 같이 일하고나서

계속 나를 찾게 만드는 스킬 3가지 

 

프리랜서 되고 초반에 일한 기업과 기관, 개인 클라이언트 등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과 3~4년 넘게 계속 일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내 블로그를 5개나 운영하면서 내 포트폴리오 한 번 올린 적 없고 아직도 개인 명함이 없다.

 

내가 일을 수주 받는 방식의 대부분은 알음알음 연락받고 지인이 소개해줘서이다. 운 좋으면 한 회사의 일을 해주고 우연히 모니터에 띄워진 내 시안을 본 그 회사 동료가 내 전화번호를 물어봐서(이렇게 연락올 때 상당히 짜릿하다, 뭔가 헌팅 당한 느낌..ㅋㅋ) 일감을 늘리는 방식으로 확장되어 가기도 한다. 

 

따로 영업을 하지 않는데 일이 끊이지 않고 들어온다는 건 프리랜서로서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내가 굶어죽지 않고 있는 이 감사한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를 찬찬히 생각해봤다. 내가 늘 실천하던 것이고 앞으로도 아래 사항들을 더 발전시켜 볼 요량으로 리스트화해봤다. 회사에서 아무리 실력있어도 자리 보전하려면 사내 정치도 해야할텐데 프리랜서는 오로지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물만 주면 된다. 나이 상관없이 더 오래 일하기 위해 프리랜서가 갖춰야 할 기본 요소는 이런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확신이 든다. 

 

 

1) 디자인의 기본 잊지 않기 

요즘같은 불경기에도 일이 줄긴했지만 끊이지 않고 들어온다는 것에 참 감사하고 있다. 시간이 많아져서 정말 감사한 마음도 갖게 됐다. 정부기관부터 IT, 유통, 작은 가게 등 분야 막론하고 다양하게 일하고 있는데 한 분야의 일만하지 않을 수 있는 나의 원동력은 디자인 기본이 다 똑같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입시미술을 하며 배운 석고수채화와 발상과표현 그림 그릴 때 들었던 미술샘들의 이야기가 요즘 따라 계속 생각난다. 생각해보면 그 때 배운걸로 지금 계속 먹고 사는 것 같다. 두 그림 스타일의 기본은 '강약 대비'이기 때문이다.

 

큰게 있으면 작은게 있고, 강한 색이 있으면 연한 색이 있고.. 한 화면 안에는 강렬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기본을 계속 배웠던 것이다. 어릴 때는 그렇게 하라니까 생각없이 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디자인의 기본은 시선을 사로 잡는 것, 버릴 것과 살릴 것의 대비에서 오는 강렬함 아닌가 싶다. 

 

PPT도, 카탈로그도, 포스터도, 로고도... 의뢰받은 내용중에서 무엇을 가장 보여주고 싶은지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말하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잊지 않고 하다보니 의뢰인들이 준 정리되지 않은 콘텐츠를 대비(크기 혹은 컬러 대비)가 명확하게 만들어주면 좋아해주는 것 같다. 

 

 

2) 자만 금물, 많이 해보기 

디자인 참고 사이트를 보는 것은 당연하고 디자인의 기본을 잊지 않게 해주는 유튜브 강의도 종종 보고 있다. 또한 대학생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폴랜드, 알렉세이 브로도비치의 책과 타이포와 배색 관련 디자인 기본서들도 꺼내서 보는데 실무를 많이 겪은 요즘이라 옛날에 읽을 때보다 더 이해가 잘 된다. 

 

대학시절, 회사 다니던 시절, 케케묵은 자기만의 묵은 디자인으로 오랜 기간 연명하는 사람들의 종종 봤다.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학생들이 존경하지 않는 발전 없는 교수가 되거나, 신입디자이너들에게 열등감 뿜뿜 내뱉다가 결국 자기도 모자란 것을 인정하고 불명예스럽게 퇴사하는 디자인팀 팀장이나...

 

운좋게도 타산지석 삼을 그런 모습을 빨리 캐치했고 디자이너로 살거면 절대 저렇게는 살지 않으리라는 마음을 먹고, 늘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하려 노력하는 자세를 갖게 되었다. 

 

솔직히 써먹은거 또 써먹어도 되는 일도 가끔있다. 의뢰자가 지난번이랑 똑같아도 돼~ 라고 말해도 웬만하면 다르게 한다. 하루면 끝날 일을 3~4일을 더 하게 되어도 나도 만족하고 의뢰자도 만족하고 나를 더 신뢰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초반에는 힘들어도 프리랜서 경력이 쌓여갈수록 나의 데이터도 많아지게 되고 시간이 많이 단축되고 나는 늘 새로운 디자인을 해주는 디자이너로서 신뢰가 쌓이고 결국엔 내 수입이 늘게되는 일이다. 

 

내 시간과 열정과 에너지를 초반에 투자할수록 내 디자인 자산은 점점 더 쌓여가고 신뢰도 쌓아가는 것이다. 

 

 

3) 안 해 본 분야 수락하기 

도전하기, 이거 은근히 쉽지 않다. 해가 갈수록 해봤던것, 내가 편한 스타일만 하고 싶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프리랜서로 오래 일하고 싶기 때문에 하기 싫은 것도 수락하고 괴롭지만 완성하려 한다. 끝내고 나면 그 분야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그 분야의 일을 또 받아 더 빨리 끝내게 되는 것도 좋다. (디자인 범위, 분야가 확 넓어진다)

 

신문사 스타일의 그래프를 만들다가, 무인 셀프 계산기 카탈로그 디자인을 끝내고 베이커리 전단지를 의뢰받았다. 프리랜서 되고 초반에는 각기 다 다른 분야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분야의 일을 받으면 스트레스가 엄청 났는데 지금은 거의 다 수락한다. 디자인의 기본은 다 똑같다는 생각으로 일단 나를 달래주고 나만의 최적의 효율적 프로세스만 따르면 못할 일은 없다는 개념으로 일에 돌진한다.

 

한 시기(한달 정도)에 3~4가지 회사의 일을 다 수주 받고 마감도 다 비슷한 시기로 맞춰보자. 처음 해 본다면 아주 힘들고 정말 미칠 것 같고 하늘로 솟아버리거나 종적을 감춰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드는데 한 번만 이렇게 해보면 이 때 프리랜서로서 역량이 확 올라간다. 이건 진짜 찐이다..ㅋㅋ 정말 힘들지만 프리랜서가 되고 한 번쯤은 해보자. 미치기 직전까지 해보면 내 업무역량이 엄청나게 업그레이드된 걸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처음엔 돈 욕심 때문에(한달에 600~700이상 벌었던 때) 한 두번 저렇게 해보고나서 미치기 직전까지 갔다가 덕분에 나만의 디자인 업무 프로세스를 단기간에 구축하게 됐고 어느 분야의 일이든 받아도 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노하우라고 적었지만 결국엔 옳은 방향으로 꾸준히 성실하게 해보는게 최고인 것 같다. 야매 꿀팁은 없어서 죄송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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