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노동착취의 온상
오늘 아침에 열어 본 라우드 소싱 데일리 광고 메일. 이 글을 안 쓸 수가 없게끔 쇼킹한 내용을 담고 있다.
뭔 놈의 영세기업도 아니고, 나라 예산 충분히 편성 받아서 에이전시 구해서 써도 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마케팅 비용이 차고 넘칠 굴지의 대기업 롯데에서 라우드소싱에 일을 의뢰한 것 자체도 쇼킹한데, 그들이 내건 상금을 보고 어이가 없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하... 있는 놈들이 더하다
대기업 롯데 상금 100만원
라우드소싱 수수료 30만원
우승시 받아가는 상금 70만원
이 정도 기관과 기업에서 디자이너에게 직접 의뢰하면 이 정도 돈보다는 훨씬 더 쓸텐데,,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고 만들어줬는데 꼴랑 100만원? 게다가 세금 수수료 라우드소싱에서 떼어가면 70만원밖에 못 받고, 문체부는 그나마 10%만 떼어가서 180만원 받는다지만 상금 해도해도 너무 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롯데가 연봉도 짜다고 하던데
공모전 상금도 짜다
꼴랑 100만원 주면서 우승자가 가져가는 돈은 70만원 밖에 안된다. 게다가 무려 로고인데 70만원, 한 번 만들어놓으면 롯데는 평생 사용할거인데 꼴랑 70만원으로 퉁치는거라고 밖에 안 보인다. 차라리 이 시간에 내 포폴을 업그레이드해서 제대로 비용 주고 일 의뢰하는 에이전시 찾아서 신뢰 쌓으며 제대로 일하는게 나을 것 같다.
디자인 비즈니스 생태계 파괴자 라우드소싱
처음부터 라우드소싱 사이트 의의를 보며 부정적이었었다. 그런데 내가 하고싶은게 있다면 다시 좋은 기회가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본능적으로 아니라고 느꼈던 건 거의 끝까지 아닌게 맞나보다. 역시 믿고 걸러야하는 라우드소싱... 왜?
제대로 대우받고 일해 본 디자이너들은
절대 라우드소싱과 크몽으로 가지 않는다
물론 본인의 디자인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나 일사천리로 시안 작업을 해서 별 스트레스 없이 작업 후 매번 상을 받을 수 있다면 (그런 능력이 있으면 돈주고라도 사고싶다) 맨날 라우드소싱 공고만 들여다보고 살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디자이너는 아무리 경력이 오래 되어도 시안 하나에 아주 많은 정성과 시간, 에너지를 들여 일을 끝낸다. 오히려 경력이 쌓일수록 디자인 시안 하나의 아이디어 내는데 예전보다 오래 걸리는 것 같다.
툴 다루는 스킬이야 확연히 늘고 작업 속도도 초기와 비교도 안되게 빨라지긴 하지만 경력이 쌓일수록 시안 하나 아이디어 내는데 고민과 스트레스는 더해진다. 디자인이란 결코 쉽게 끝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 자존심이고 내 경력을 시안 하나에 다 녹여내는 것이다.
전공자, 취준생은
경험 쌓기용으로만 이용하자
위에서도 말했듯이 제대로 된 대우 받고 일하는 경력 디자이너들이야 정말 해보고싶은거 아니면야 알아서 이런 공모전을 빙자한 노동착취 사이트는 거를텐데, 이런 플랫폼이 워낙 커지다보니 대학생이거나 취준생 디자이너들이 라우드소싱같은 악덕 사이트에 혹하는 것 같다.
입상 못한 시안은 포폴에도 못 쓴다
라우드소싱 공모전을 준비하는 자체도 경험이 없는 대학생이나 신입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입상 안되면 포트폴리오에 쓰지도 못한다. 그 시간에 차라리 실제로 돈을 버는 경험을 해보는게 좋다. 크몽같은데도 말고, (크몽도 디자인 시세가 드럽게 많이 후려쳐 진 상태다) 진짜 알바몬같은데서 20만원짜리 상세페이지라도 수주받아 한 번이라도 완성해보자. 단가가 얼마짜리이건 실제로 내보낸 디자인은 포트폴리오에 넣을 수 있다.
알바를 하거나 공부를 하자
보통 회사나 에이전시들과 일하게 되면 내 시안이 채택되지 않는 불상사가 발생하더라도 1차 시안 작업에 대한 비용은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다. 대부분은 피드백 주고 디벨롭 시켜서 최종 시안까지 가게 되긴 하지만!
그러니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공모전에 큰 긴장감 없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것보다 실제 회사하고 한 번이라도 일해보는게 100배는 낫다. 실무에서 실무자가 주는 피드백을 받고 수정해보고 마감을 지켜보고 하는 경험 한 번 더 쌓는게 낫다는 말이다.
나를 싼값에 내놓지 말자
스스로 헐값에 시장에 내놓고 가치를 떨어트리지 말자. 미대 가려고 부모님이 나한테 쓴 돈만 생각해보자. 롯데 로고만 놓고봐도 개인이나 에이전시에게 맡긴다면 최소 500만원, 최대 몇 천만원은 주고 맡겨야하는 일이다. 이런 악덕기업들에게 내 재능을 공짜로 보여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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