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디자이너, 긴급한 일이 들어왔을 때
*수당 별로일 때는 제외, 페이가 높아서 포기하기는 싫을 때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해서 월요일 오전 8시 전에 끝내야하는 엄청난 미션 의뢰가 들어왔다. 물론 싫으면 안하면 그만인데 이렇게 급한 일은 비용을 원래보다 더 받아도 된다(1.5~2배). 주말에 그냥 뒹굴거리고 놀 생각이었다면 돈 버는 일을 마다할 필요는 없다. ㅋㅋ
난 이번주 주말에 뒹굴거리고 밀린 영화나 볼 생각이었기에 당연히 하기로 했다.
그리고 비용은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불렀다. 그래도 클라이언트는 수긍했다. 왜냐하면 토요일 저녁에 디자이너를 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때부터 설득하기 시작해서 월요일 오전까지 일을 마치는 일정이라고 말하면 해줄 디자이너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거의 없지 않을까).
나도 내가 자신 없는 종목이었으면 안 받았을거다. 하지만 늘 하던 일이고, 심지어 내가 재미있어 하는 분야였기 때문에 바로 수락할 수 있었다.
프리랜서의 쏠쏠한 긴급 수당
프리랜서는 이렇게 주말에도 어떤 일이 들어올지 모른다. 당연히 내가 안 한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긴급 수당이 꽤나 쏠쏠하고 솔직히 일정 길게 잡고 가는 것보다 이렇게 급하게 처리하는 일이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훨~~씬 좋다. 왜냐하면 하나의 프로젝트에 드는 커뮤니케이션 횟수가 확 줄어든다. 그리고 클라이언트는 웬만하면 트집도 잘 안 잡는다. 이래저래 서로 피드백 주고 받을 일이 적어져서 훨씬 좋다. 다만 내가 하루안에 완성도있게 완성해야 하는 부담은 좀 있다. 이렇게 긴급한 일은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인 프리랜서 디자이너만 받아서 하길 권한다.
사실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 여부보다는 내가 정말 이 일을 하루 안에 높은 수당을 줘서라도 나를 고용한 그들을 만족시킬만한 퀄리티를 낼 수 있는 역량이 내게 있는지 스스로 판단내려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돈 욕심나서 무조건 받으면 큰일난다
내게 역량이 있는지 먼저 체크하자
경력 10년 됐어도 하루 안에 일을 어떻게 다 하느냐는 사람도 있다. 짧은 기간이더라도 빡세게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해 본 신입 1~2년차가 오히려 더 잘 할 수도 있다. 칼퇴하는 부장보다 맨날 밤새는 신입이나 대리가 실무는 더 잘하듯이! 아무튼 요새 디자인 말고 다른 일에 더 집중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긴급 프로젝트가 들어와서 긴장도 되고 신이 났다.
솔직히 일요일 오전 9시까지만 해도 '한다고 하지 말까? 하루 안에 끝낸다고 했는데 내가 결과를 잘 못내면 어쩌지?'라는 생각과 '내가 이런 일 한 두번 해보나, 시작하면 해내고 말지'라는 자신감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다행히 후자를 선택했고 오후 7시안에 끝냈다. 의뢰인은 아마 월요일 아침까지 같이 피드백 주며 밤 샐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오후 5시에 내가 1차 시안을 보내고 약간의 수정 피드백을 받아 최종 파일을 7시에 넘길 수 있었다. 다행히 결과에도 매우 만족하는 피드백을 보내와서 나도 만족하며 끝낼 수 있던 좋은 프로젝트였다.
시간당 10만원도 받을 수 있는
역량있는 프리랜서가 되자
내가 얼마의 금액에 일했는지 정확한 액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그날 하루 시간당 10만원 가까이 되는 시급으로 일했다. 맨날 이런 일만 들어오지는 않지만 프리랜서로서 주말에도 일할 수 있다는 마음만 먹으면 열린 마음으로 긴급 업무도 받고 결국엔 남에게 갈 그 돈이 내게 오게 만들 수 있다(급한 분들이여, 모두 내게로). 프리랜서가 무조건 좋다는건 아닌데 (프리랜서와 회사원의 장단점 총량은 비슷한거 같은데 나는 프리랜서가 조금 더 좋다) 계속 직장만 다녔다면 내가 이렇게나 미친 몰입감과 집중력으로 일을 해낼 수 있었을까 싶다.
회사에서 매우 자주 새벽 2~3시 퇴근, 행사 많을 때는 아침 7시까지도 일하는 미친 (왜 그랬는지... 월급 더주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후회는 없다. 누구 보여주려고 그런것도 아니고 나 스스로 재미있게 일했으니까. 하지만 다시 회사간다면 절대 그런짓은 안할거다. 그렇게 일하면 디자이너 여러명 있어도 그렇게 일하는 사람에게 유난히 업무가 많이 주어진다.다행히 난 다시 회사에 갈 생각도 없고!) 일정을 소화하는 기간이 내 인생에 없었다면 이런 배짱과 처리 능력도 안 생겼을 것 같긴하다.
시작할 때는 불안했지만 일의 순서를 상기하고 일을 시작했더니 낭비되는 시간없이 일을 끝낼 수 있었다. 그냥 무작정 일러나 포토샵부터 켜고 내용을 넣기 시작하면 빠른 시간안에 끝내기 어렵다. 급한 디자인 업무를 처리해야하는 사람이라면 아래 순서를 참고해보자. 디자이너로 10년 넘게 일하며 나름 터득한 방법이다.
아무리 급해도 우린 다 해낼 수 있다
순서대로 차분하게 해서 돈 벌어보자
프리랜서 디자이너 일 잘해내는 순서
(급한 의뢰인들이여, 모두 제게로 오시길)
① 읽고 이해하자 ▶ ② 컨셉 생각 ▶ ③ 자료를 어디서 찾느냐 ▶ ④ 딱 한장만 완성 ▶ ⑤ 몰입되면 밥도 먹지 말고 끝내버리기 ▶ ⑥ 단순 작업 마무리
일단 읽자
내용 파악이 가장 중요
디자이너 중에 받은 콘텐츠를 제대로 안 읽어보고 이쁜 레퍼런스만 찾아서 디자인부터 어떻게 할지 구상하는 사람이 많다(응, 내 얘기). 이러면 디자인 작업하기 정말 어렵다. 진도가 안 나간다. 무조건 처음에는 레이아웃 구상, 톤앤매너 생각, 폰트 뭐할지 그런 생각 다 집어치우고 받은 내용을 읽어야한다. 읽다보면 구상이 떠오른다. 뭔 뜬구름잡는소리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 기본이고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내용을 모르면 예쁜 시안 따위 아무 소용없다. 내가 평소에 하던 분야가 아니라서 내용을 잘 모르면 대충 개념이라도 이해하고 시작해야한다. 내용을 이해하고 작업하는 디자인이 훨씬 더 예쁘고 설득력있게 나오고 수정할 일이 없어 시간도 많이 안 걸리고 서로서로 만족할 수 있다. 초반에 내용 이해하는데에 시간을 투자하자. 마치 링컨이 나무 자르는데 10시간 이 주어진다면 자기는 도끼 날을 날카롭게 가는데에만 8시간(시간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는데 아무튼 거의 8할의 할당량이었음)을 쓸거라고 했던것처럼, 날카롭게(!)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디자인 작업 시간을 확 줄여준다.
어울리는 톤과 이미지 생각 / 자료 찾기
내용을 읽다보면 어떤 작업을 할지 대충 머리속에 떠오른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다니는 그 추상적인 느낌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내가 참고할 자료가 필요하다.
어디서 자료를 찾을지 선택
인포그래픽 : 망고보드, 미리캔버스
넣을 소스 : 프리픽 Freepik(변형 필요), 어도비스탁 AdobeStock (어도비스탁은 모두 유료라서 이미지만 참고한다)
내용을 읽다보면 어떤 작업을 할지 대충 머리속에 떠오른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다니는 그 추상적인 느낌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내가 참고할 자료가 필요하다. 집에서 혼자 일하다보니 그리고 해외로 출장 보내 줄 회사도 이젠 없다보니 평소에 인터넷 사이트에서 예쁜게 보이면 수시로 모아둔다. 특히 그래프, 표 같은건 어디서 이쁜거 보면 내 하드에 저장해뒀다가 써먹을 일이 매우 많다. 이번 인포그래픽 작업도 내가 평소에 모아둔 자료와 딱 매치되는게 있어서 비슷하게 따라해서 빨리 끝냈다.
인포그래픽은 최신 트렌드대로 반영하면 가장 좋기에 가장 최신 스타일이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망고보드 등에서 참고하고 일러스트가 많은 시안이라면 프리픽에서 소스를 다운 받아 변형해서 사용한다.
한 부분(한 장)만 맘에 쏙 들게 완성
자신감 얻기
나는 이번에 딱 한장 작업했는데 한 장안에 내용이 매우 많았다. 처음부터 모든 파트를 다 잘 할 생각으로 덤벼들면 한 부분도 완성이 안 된다. 그냥 한 놈만 팬다(!)라는 생각으로 한 파트 혹은 피피티라면 한 장의 슬라이드만 기깔나게 완성한다는 생각으로 딱 한장, 딱 한 파트만 멋지게 끝내버린다. 이렇게 일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렇게 한 파트, 한 장 내 맘에 쏙 들게 완성하고 나면 다른 부분은 이제 일사천리로 끝내버릴 수 있다.
나머지 부분 자료 찾거나 구상 완료
한 파트 (한 장)을 멋지게 완성했으니 다른 파트도 완성할 차례다. 양이 많이 남았어도 한 파트 (한 장)을 끝냄으로써 전체 컨셉을 확정한 것이니 이제 그에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 이제부턴 속도전이다. 밥도 먹지 말고(책상에서 간단하게 먹을걸 일 시작전에 준비하거나) 물도 마시지 말고 집중이 될 때 그냥 다 끝내버리는 걸 추천한다. 흐름이 한 번 깨지면 돌아오는데 오래 걸리기에 그냥 몰입했을 때 그 상태 그대로 쭉 간다. 이때 텍스트 정렬 등은 너무 신경쓰지 말고 일단 전체 톤앤매너 생각하며 집중이 될 때 끝내야만 하는 아이디어적인 업무만 한다.
마무리
단순 정렬, 정리
속도내면서 놓쳤던 디테일들을 손보는 시간이다. 텍스트나 이미지 정렬이라든지 특수문자나 기호 넣기 등 전체적인 단순 마무리를 한다. 단순한건 집중력이 떨어져도 해낼 수 있다. 오히려 골치 아픈 컨셉과 레이아웃 톤앤매너 등을 정하는 일이 끝났으니 단순한 일이 즐겁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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